<덕혜옹주> 37년만에 돌아온 조선의 라스트 프린세스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1912년 고종이 59세일 때 늦둥이 고명딸을 낳는다. 그녀의 이름은 '덕혜'. 덕수궁에서 나고 자라 뛰어놀며 '덕수궁의 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녀가 8살이 되던 해, 고종은 자신이 사랑하는 딸의 눈앞에서 독살로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제에 저항하는 덕혜. 그녀를 향한 친일 세력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결국 13살의 어린 나이에 강제적으로 일본으로 보내진다. 당시 대한제국의 황족은 일본으로 보내졌다. 덕혜 역시 유학이라는 그럴싸한 이유 아래 사실상 인질로 보내진 것이다.

 

고종의 아들 '영친왕'은 일찍이 일본에서 지내고 있었고 덕혜는 '카즈마 에이토'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카즈마 에이토는 조선에서 덕혜의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하였던 '장한'이었다. 덕혜의 조카인 '이우 왕자' 역시 일본에 있었다. 그녀를 마주한 이우 왕자는 어느 모임으로 그녀를 데려간다. 이우 왕자는 조선인 모임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모임은 조선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였다. 이 모임에는 장한도 속해있었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었는데 그것은 영친왕 그리고 덕혜를 상해로 망명시키는 것이다.

 

작전의 그날이 왔다. 오후 한 시, 행사장으로 '한택수'가 폭탄을 던진다. 폭탄은 터졌으나 망명 과정에서 일이 생겨 결국 실패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덕혜는 '소 다케유키'라는 일본 남성과 결혼하게 된다. 그는 덕혜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녹초가 된 덕혜에게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덕혜에게 꿈만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의 패망한 것이다.

 

그러나 덕혜옹주는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귀국을 거부당한다. 엄청난 절망감과 허무함으로 그녀는 정신적으로 더욱 힘든 시간을 살아간다. 기자가 된 장한은 덕혜를 귀국시키는데 온 힘을 다한다. 수십년이 지나서야 고국의 땅을 밟을 수 있었던 덕혜옹주. 그녀가 뛰어놀고 잠을 잤던 덕수궁도 이제는 자신의 집이 아닌 관광지가 되어있었다.

 

 

황족 역시 피할 수 없었던 일제의 탄압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황제의 딸이다. 조선의 상위 계층이었다. 그런데도 일제의 억압과 핍박 속에서 이러한 삶을 살았다. 일본은 조선 황족을 조선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하였고 일본인과 혼인시켜 서서히 소멸시켜 갔다. 영친왕은 어렸을 때부터 이토 히로부미 아래에서 교육으며 자랐다. 철저하게 일본식 교육을 받으며 일본의 사람으로 자랐던 영친왕. 그는 광복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결국 혼수상태로 귀국하여 1970년 생을 마감한다. 독립운동에 크게 기여했던 의친왕은 한국전쟁 과정 중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한다. 황족이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이다. 의친왕의 아들 이우 왕자는 광복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에 피폭이 되어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황실의 가족들이 이러한 비참한 삶을 살았는데 다른 일반 백성들의 삶을 얼마나 더 비참했을까?

 

광복 후에도 환영받지 못했던 황족

일본의 패망과 광복 후에도 대한제국의 황실은 환영받지 못하였다.

덕혜옹주를 포함하여 고종의 자녀들이 고국의 땅으로 돌아오는 것을 꺼렸던 자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다. 한반도는 더 이상 대한제국 아니었다. 이승만 그리고 그의 세력은 황족이 돌아오면 황족 중심으로 뭉치려는 세력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체제를 지키고자 입국을 거절했다.

이후 대한민국 정권은 박정희 체제로 바뀌게 된다. 박정희가 일본을 방문하였던 날, 서울신문 도쿄 특파원인 김을한 기자가 박정희를 찾았다. 김을한은 조선에서 덕혜의 약혼자인 김장한의 형이다. 그는 덕혜의 귀국을 간청하였다. 박정희는 덕혜의 귀국을 약속하는데 이에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본인은 조선 황족인 덕혜와의 이해관계가 없었으며 덕혜의 귀국에 손을 들어주면 본인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62년 1월 26일, 마침내 덕혜옹주는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